


영화가 끝나자, 객석 전체가 일어섰다. 박수는 1분, 3분, 5분을 넘어 무려 9분간 이어졌다. 제82회 베니스국제영화제의 메인 상영관 살라 그란데. 1,032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흡사 마법에 걸린 듯, 한 작품에 완전히 매료된 표정이었다.
그 영화의 이름은 바로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 수가 없다〉.
박찬욱, 다시 한 번 세계를 사로잡다
박찬욱이라는 이름은 이제 단순한 영화감독이 아니다. 세계 영화사에 "현존 가장 창의적인 감독"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것이 어색하지 않을 만큼, 그는 언제나 새로운 실험과 파격을 선보여왔다. 이번 신작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레드카펫에 선 박희순, 손예진, 이병헌, 이성민, 염혜란 등 배우진은 전 세계 취재진의 플래시 세례를 받았다. 그리고 이어진 상영에서, 영화는 웃음과 긴장, 아이러니와 비극이 교차하는 박찬욱만의 독특한 리듬으로 관객을 압도했다.
줄거리: 평범한 가장의 비극적 생존기
〈어쩔 수가 없다〉의 주인공은 회사원 만수(이병헌).
그는 ‘이제 다 이뤘다’ 싶을 만큼 안정된 삶을 살던 인물이다. 그러나 어느 날, 청천벽력 같은 해고 통보를 받는다.
이제 만수는 아내와 두 자식을 지키고, 어렵게 장만한 집을 지키기 위해 치열한 재취업 전쟁에 뛰어든다.
겉으로는 블랙 코미디, 속으로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파고드는 웃픈 미스테리물. 박찬욱 감독은 "슬픈데 웃긴, 그래서 더 쓰라린 이야기"라고 작품을 정의했다.
전 세계 언론의 찬사
외신들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 가디언: “코미디 풍 소동극으로 시작하지만, 곧 가족의 붕괴와 국가의 현주소를 드러내는 강렬한 초상.”
- 버라이어티: “박찬욱이 현존하는 가장 품위 있는 감독임을 증명하는 매혹적인 블랙 코미디.”
- 인디와이어: “잔혹하면서도 유머러스한 자본주의 풍자극. 이병헌의 연기가 작품의 중심을 단단히 잡아준다.”
- 넥스트 베스트 픽쳐: “카메라 워크와 편집, 여전히 혁신적이고 강렬하다.”
특히 세계적인 비평 사이트 로튼 토마토 신선도 100% 기록은 이 영화의 뜨거운 반응을 그대로 보여준다.
1980년대 가요와의 만남
박찬욱 감독의 작품에서 음악은 언제나 특별하다.
〈헤어질 결심〉에서는 정훈희의 *〈안개〉*가 인상 깊게 쓰였다면, 이번 영화에서는 조용필의 〈고추잠자리〉, 김창완의 〈그래 걷자〉, 배따라기의 〈불 좀 켜주세요〉 같은 80년대 명곡들이 등장한다.
이는 단순한 배경음악이 아니라, 극 중 인물들의 취향과 감정을 대변하는 장치다. 동시에 감독의 말처럼 "위대한 거장들에 대한 존경심"이 담겨 있다.
20년 준비, 16년 협업… 집념의 결실
〈어쩔 수가 없다〉는 하루아침에 탄생한 영화가 아니다.
원작 소설 *도널드 웨스트레이크의 〈엑스(THE AX)〉*를 영화화하기로 결심한 지 20년, 이경미 감독과 각본 작업을 시작한 지 16년 만에 세상에 나온 작품이다.
그 과정에서 판권 문제, 투자 난항, 국제 협업의 벽 등 숱한 장애물이 있었지만, 박찬욱 감독은 결국 “어쩔 수가 없다”는 제목처럼, 운명처럼 이 프로젝트를 끝내 완성했다.
그는 이렇게 고백했다.
“2009년부터 이어진 인연이 드디어 결실을 맺었다. 눈물이 날 만큼 감개무량하다.”
배우들의 압도적 시너지
이병헌은 특유의 유려한 연기로 평범한 가장의 절망과 광기를 오가며 영화를 이끌었다. 손예진은 내조와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는 아내의 모습을 섬세하게 그려냈고, 박희순, 이성민, 염혜란 역시 각각의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완성해 빈틈없는 호연을 보여줬다.
관객들이 9분간 기립박수를 보낸 이유는, 단순히 스토리 때문이 아니라 배우들의 생생한 연기와 팀 전체의 시너지 덕분이었다.
한국 개봉일은?
모두가 기다려온 이 영화, 한국에서는 2025년 9월 24일 개봉한다.
베니스에서 이미 전 세계 영화 팬들의 마음을 흔든 만큼, 국내 개봉 이후 어떤 흥행 기록을 세울지 귀추가 주목된다.
마무리: 왜 우리는 이 영화를 봐야 할까?
〈어쩔 수가 없다〉는 단순히 한 사람의 비극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이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언제든 흔들릴 수 있는 삶, 웃지 않으면 울 수밖에 없는 현실, 그리고 그 속에서 발버둥치는 인간의 모습.
박찬욱 감독은 이번 작품을 통해 또 한 번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과연, 우리는 다르다고 말할 수 있을까?"
9분간의 기립박수는 아마도 그 질문에 대한 관객들의 무언의 답변일 것이다.
개봉일을 달력에 체크해 두자.
2025년 가을, 당신도 어쩔 수 없이 이 영화에 빠져들게 될 테니까.